stories.coop
그리스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사회 복지 시스템, 노동 시장 및 기업에 심각한 영향을 받은 최초의 유럽 국가 중 하나이다. 수많은 중소기업이 파산하거나 중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고, 사회복지 삭감 등 공공부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 계기로 협동조합에 대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였는데, 그리스 정부는 협동조합을 하나의 대안으로서 중점을 두어, 2011년 새로운 시민협력 모델인 SCE(사회적 협동조합 기업)과 생산, 사회서비스 그리고 통합이라는 하위 카테고리 SCE를 포함한 그리스 법률 4019/2011를 2011년 9월에 통과시켜 협동조합 설립의 증가를 목격하였다.
이 중 할란드리 부모 SCE(Halandri Parents SCE)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취학 아동과 그 가족들에게 보육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만들어진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창립 조합원들은 2011년 그리스 아테네 내의 할란드리(Halandri)라는 지역에서 공립 유치원의 폐쇄를 반대하기 위해 마련된 부모위원회에서 만난 부모들로 공동으로 이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할란드리에는 약 73,000명이 거주하고 있었고, 이중 9,000명이 유치원을 포함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었으나, 부족한 교사와 예산, 증가하는 등록금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당시 이 지역에는 2,000여명의 유치원 대상 아동들이 있었는데 9개 중 5개의 공립유치원이 문들 닫게 되면서 비싼 사립 유치원에 부모들이 아이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두 달간의 항의 끝에 이들은 스스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연대의 정신과 민주적인 방식으로 사회적 경제 맥락에서 대안과 해결책을 스스로 모색하고자 결의했다. 2012년에는 협동조합에 관한 새로운 법을 통해 ‘할란드리 부모 사회적 협동조합 기업(Halandri Parents Social Cooperative Enterprise)’으로 법인을 등록하여 그리스의 두 번째의 육아 협동조합이 되었다.
2012년 가을에는 여덟 가족이 개인집을 개조하여 작은 보육원을 설립했고, 2013년에는 열 가족이 더 참여하고 직원도 고용할 수 있었다. 유기농채소를 제공하기 위한 네트워크도 마련했다. 같은 해 지역의 사립학교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대학졸업생들과 협력하여 최초의 협동조합 학교도 설립하였고, 2014년에는 협동조합 유치원을 오픈했다.
증가하는 등록금과 더불어 교사들에게 최저임금만을 제공하는 사립학교의 대안에 대한 필요성 때문에 설립한 협동조합 학교는 현재 부모와 교사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교사는 강의 계획서 등 교육문제를 책임지고 교사는 운영과 관련된 내용을 책임지는 형태로 학생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여 설립 2년 만에 학생이 2배 증가했으며,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교육의 제공과 대학교 진학까지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할란드리 협동조합의 주요 사업은 유치원, 초등 및 중등교육 문제에 관해 부모들이 함께 해결하기 위한 교류 증진과 네트워크 마련, 부모와 교사간의 사회적 연대와 상호지원 네트워크 강화, 아이들이 교육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복지구조 개발, 도시의 공공장소에서의 문화, 레크에이션 활동 개발과 제공, 협동조합 실천을 통한 학교의 공공성을 지원하는 활동 등을 전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할란드리 사회적 협동조합은 비영리로 운영되며, 총 잉여의 5%는 적립하고, 35%는 직원들에게 배분되며 나머지 60%는 신규 또는 현재 활동에 재투자됨을 규정에 명시하고 있다.
조합원은 사회적협동조합의 원칙과 추구하는 바를 이해하는 할란드리 지역의 거주자이거나 해당 지역에 등록되어 있는 부모, 또는 협동조합원칙을 이해하면서 자신들의 사회적 활동을 이 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해나갈 법인도 가입 가능하다.
2014년 긍정적인 사회 변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자 할란드리 협동조합은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사회적 및 직업적 통합을 위해 일하는 마르가리타 특별 직업 훈련 센터(Special Vocational Training Centre)와 협력을 하기도 하였다. 1979년 지적 장애아동을 키우는 어머니가 설립한 이 센터로부터 연수생을 받아 협동조합에 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외에도 가족들을 위한 연극과 같은 행사, 대중의 인식 증진과 의견 교환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등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글. 이주희((iCOOP협동조합지원센터 국제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