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6년 연속 사회적경제 우수기업 선정
고객의 불만을 낮추는 통번역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코로나19로 2년간 멈췄던 동네 국제 포럼, 다시 열까
협동조합 지속의 열쇠는 결국 '재미'를 찾는 것
"재미가 있어야 조합원들이 참여하고, 협동조합이 돌아가죠."
조합 운영에 대한 질문을 하자 돌아온 번역협동조합 최재직 사무국장의 답변이다.
최재직 번역협동조합 사무국장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 촬영: 황도은 청년기자
번역 협동조합은 이름 그대로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 번역가들이 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덜고 정당한 몫을 챙기고자 지난 2013년 7월 설립됐다. 그후로는 각종 국제적 회의와 포럼 및 문서들의 통번역 업무를 중점으로 진행해왔다.
설립 이후 통번역에 관련해서는 활발하게 사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그 이외의 조합 활동에는 조합원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최재직 사무국장은 조합원들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재미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 국장은 재미있는 사업으로 '동네국제포럼'을 꼽았다. 동네국제포럼은 '모두가 조금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포럼을 만들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했다. 동네 주민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포럼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다. 지난 2015년부터 개최된 이 포럼은 '박노자 교수',
'페트라 베네수엘라 주민평의회 대표' 등 세계적 연사들을 초청해 강연을 듣고, 동네 주민들과 함께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최 국장은 "동네국제포럼은 동네 주민들과 조합원이 직접 기획부터 진행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최 사무국장을 만나, 그간의 현황 등을 취재했다.
다음은 최 국장과의 일문일답.
번역협동조합에서 제작한 다양한 자료집과 홍보물 / 촬영: 황도은 청년기자
Q. 통번역 조합원이 되기 위한 별도의 가입조건이 있는가?
- 명문화된 조건은 없다. 사실 통번역가로 활동하는 분들은 대부분 대학원까지 나온 분들이라 통번역 실력은 검증된 상태이다. 그런데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면, 고객들이 원하던 방향과 달라 충돌이 있는 경우도 잦다. 또한 조합활동의 참여율이 높지도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협동조합에서는 '고객의 의견에 맞춰 줄 태도가 갖춰져 있는지' 그리고 '협동조합 활동에 참여의지가 있는지'이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Q. 조합원들이 수익배분에 대해 만족하는지, 불만을 표시한 적도 있나?
-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하지만, 조합과 조합원이 생각하는 역할의 범위가 서로 달라 의견 충돌이 가끔 있기도 한다. 그래서 최근 이 문제에 대해 깔끔히 정리했다. 현재, 통역의 경우는 85%를 본인이 나머지 15%는 조합운영비와 사무국장의 급여로 나눈다. 번역의 경우는 75%를 본인이, 15%는 조합운영비로 나머지 10%는 사무국장의 급여로 나눈다.
Q. 조합원들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교류하는지?
- 정기총회부터 동네국제포럼, 이사회, 소모임, 워크숍까지 다양한 모임들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정기총회와 동네국제포럼, 워크숍 이 3가지는 거의 진행하지 못했다. 소모임도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때는 서로 얼굴 한번 보고, 밥 한끼 같이 먹으려고 멀리 대전에서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온라인으로 진행하다 보니, 친목의 시간보다 회의만 진행하는 느낌이라서 재미가 없다. 그래도 다행히 올해 정기총회는 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어 좋았다.
Q. 코로나19로 인해 조합의 운영이나 매출에 어떤 영향을 받았나?
- 사실 코로나19로 인해서 매출이 크게 줄지는 않았다. 조합 매출의 70%가 번역, 30%가 통역에서 오는데, 번역은 작업 특성상 비대면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초기를 제외하면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설립초기부터 현재까지 계속 상승세로 작년(2021년)에는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가 많이 힘들다. 원래 봄, 가을에 수요가 많아지는데, 올해는 대선으로 인해 공기관 업무가 줄고, 코로나19 감염자가 늘면서 침체기에 들어섰다.
2019년 진행된 '제5회 동네국제포럼' 단체기념사진 / 제공: 최재직 번역협동조합 사무국장
Q. '동네국제포럼'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었는데, 재개할 계획이 있는지?
- 당연히 있다. 원래는 협동조합 창립기념일이 있는 7월에 개최하는데, 올해는 준비가 덜 됐기 때문에 올 겨울쯤 계획 중이다. 그렇지만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아니다. '동네국제포럼'은 동네 주민과 조합원들이 스스로 의견을 내고 공유하며 기획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네와 어우러져 같이 즐길 수 있는 사회적 가치가 있는 행사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다.
Q. 함께 작업하거나 교류해보고 싶은 협동조합이 있는가?
- 서대문구에 위치한 모든 협동조합들이다. 사실 근처에 있는 협동조합들만 해도 함께 작업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제작한 다양한 홍보물들의 디자인과 출판도 다른 협동조합들과 협업하여 제작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상대 협동조합들에게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다. 이렇게 서로 도우며 '동네에서 놀자'는 것이 우리 협동조합의 생각이다.
Q. 올해 상반기에는 어떤 활동들이 있었고, 남은 하반기 협동조합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
- 앞서 말했듯이, 사실 상반기에는 거의 활동이 없었고 수요도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 4월에 개최한 정기총회를 위해 준비한 활동 정도. 그래도 이제 코로나 제한이 슬슬 풀리는 추세라 가을부터 일이 몰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일이 몰리면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따라서 욕심부리지 말고 제의가 들어오는 업무만이라도 불만율 낮은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 첫번째 목표다. 그리고 조합원의 친목을 다질 수 있는 워크샵 개최, 동네국제포럼 재개와 같은 나머지 목표들을 위해 열심히 달릴 것이다.
Q. 협동조합을 운영하며 가장 어려운 점 혹은 고민은?
- 항상 하는 고민이 '매출 어떻게 올리지?'와 '조합원 참여율을 어떻게 올리지?' 이 두 가지다. 특히 조합원 참여율은 아까도 말했듯이 '재미'가 있어야 오를 것이라고 항상 생각한다. 따라서, 동네국제포럼이나 최근에 진행한 자체번역도서('존재의 열정') 출판과 같이 조합원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만한 일들을 계속 고민해야할 것 같다.
글·사진 황도은(서울시 협동조합 청년기자단 10기)